요즘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현실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메타버스나 온라인 아바타 공간에서의 발언이나 행동이 실제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법적인 문제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실 세계의 법이 이런 가상공간의 일을 어디까지 다뤄야 하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가상공간에서의 명예훼손과 표현의 자유의 경계, 그리고 책임 소재가 어디까지인지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1. 아바타가 한 말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을까?
온라인 게임이나 메타버스 플랫폼에 들어가면 현실의 나 대신 아바타가 활동합니다.
그런데 아바타가 특정 인물이나 캐릭터를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말을 하면, 그건 ‘가상세계에서의 농담’으로 끝날까요?
법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바타의 행동은 결국 그걸 조종하는 사용자의 의도를 반영하기 때문에,
현실과 마찬가지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SNS나 커뮤니티에서 가상의 아이디로 욕설을 하거나 거짓 정보를 퍼뜨려도,
그 행위가 특정 개인의 명예를 실질적으로 해쳤다면 법원은 “익명이라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바타가 특정 사람의 캐릭터를 따라 하며 비하 발언을 하거나,
다른 사용자의 외모·행동을 조롱하는 콘텐츠를 만들면,
이건 가상의 공간에서도 명예훼손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회색지대가 존재합니다.
현실 인물이 아닌, 가상의 캐릭터 간에 일어난 일이라면
피해자가 “현실의 나”인지, 아니면 “아바타”인지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보통 ‘실제 인물의 사회적 평판이 훼손되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하지만,
가상공간에서는 그 경계가 모호해, 앞으로도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2.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허용될까?
“이건 그냥 내 생각을 말한 건데 왜 문제냐”는 말, 온라인에서 자주 보셨을 겁니다.
표현의 자유는 분명 헌법이 보장하는 중요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그 자유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만 보장됩니다.
가상공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메타버스 속에서는 현실보다 훨씬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현실의 규범에서 벗어나 있다는 착각을 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그 공간도 결국 사람이 모여 사회를 이루는 공간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인격권이나 명예를 침해하면 법적인 책임이 따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메타버스 공간에서 특정 사용자가 운영자의 정책이나 특정 기업을 비판하는 콘텐츠를 올렸다고 합시다.
이때 단순한 의견 표명이라면 표현의 자유로 인정됩니다.
하지만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조롱·비방의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면
명예훼손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일반적으로 “공익을 위한 비판인지, 아니면 개인을 공격하기 위한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그 사람 싫다” 같은 표현은 개인 감정에 불과하지만,
“그 사람은 불법행위를 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면 법적 문제가 됩니다.
이런 구분이 가상공간에서는 더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대화가 캐릭터나 아바타를 통해 이루어지고,
그 말이 현실 인물의 평판에 미치는 영향을 즉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면, 현실보다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죠.
3. 가상공간의 책임, 플랫폼은 어디까지 져야 할까?
마지막으로 중요한 문제는 책임의 주체입니다.
누가 문제성 발언을 했는지, 그 말을 막을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법에서는 발언한 사람이 명백한 가해자지만,
온라인에서는 플랫폼 운영자에게도 일정한 책임이 주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사용자가 메타버스 내에서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을 비방하거나 괴롭힌다면
운영자는 그 사실을 알고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에 따라, 명예훼손이나 불법정보를 방치한 경우
플랫폼도 일정 부분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플랫폼이 신고 기능이나 강제 퇴장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메타버스처럼 대화·행동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에서는
이를 감시하거나 제재하기가 훨씬 어렵다는 점입니다.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곳도 있지만,
AI가 모든 발언의 맥락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
오탐이나 과도한 제재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결국, 운영자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피해를 예방해야 하는 이중의 책임을 집니다.
법적으로도 플랫폼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가상공간이 커질수록, 현실 세계의 법이 그 속도에 맞춰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나 온라인 가상공간은 단순한 놀이 공간을 넘어,
이제 현실의 사회적 관계가 그대로 확장되는 또 하나의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현실에서의 명예와 인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표현의 자유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자유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온전히 의미를 갖습니다.
앞으로 법이 이 새로운 공간을 얼마나 섬세하게 다룰 수 있을지가,
가상세계의 신뢰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