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각이 많아지거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 금방 해결되는 답을 찾으려고 하기보다 가만히 멈추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던 중 코이케 류노스케의 「초역 부처의 말」 을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은 어떤 특별한 공부를 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불교 철학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내 마음속으로 가져와볼 수 있는 짧고 단순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읽는 동안 머리를 사용하는 느낌보다, 마음이 조용해지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1. 단순하지만 오래 마음에 남는 문장들
이 책은 부처의 가르침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 아니라, 현대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쓴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종교를 믿지 않더라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어떤 페이지는 단 한 줄만 적혀 있는데, 그 한 줄이 생각보다 오래 머물러서 책장을 덮고도 계속 기억에 남았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들입니다.
- “지나간 일에 얽매이지 말라”
-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는 내가 바꿀 수 없다”
- “고통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만들어진다”
이 문장들은 사실 이미 알고 있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늘 알면서도 실제로는 잘 적용하지 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 익숙한 문장들을 내 일상과 연결되도록 천천히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특히 “지나간 일에 얽매이지 말라”는 문장을 오래 생각했습니다. 머리로는 당연히 아는 말입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내가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마음은 계속 그 일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붙잡는 주체는 결국 나 자신’이라는 걸 조금 더 선명하게 느꼈습니다.
누구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내가 붙잡고 있어서 힘든 것일 수도 있다는 마음의 방향 전환을 할 수 있었습니다.
2. 내 마음을 바라보는 연습이 시작되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나 사이에 조금의 거리를 두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화가 나면 화가 나는 그대로 반응했고, 억울하면 억울한 그 마음으로 사람에게 맞서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감정은 보통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책 안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 “마음은 흘러가는 것인데, 우리는 마음을 붙잡아 두려고 한다”
이 문장을 보고 나서 일상에서 한 가지 습관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감정이 올라올 때 바로 반응하지 않고, 잠깐 숨을 들이쉬고 조금만 기다려보는 것입니다.
신기하게도, 잠깐 멈추기만 해도 감정의 크기가 확 줄어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았을 때 예전 같으면 바로 상처받은 티를 냈겠지만, 지금은 마음속으로
“아, 내가 지금 상처받고 있구나”
라고 말해보려고 합니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겁니다.
이게 바로 책에서 말하는 마음을 관찰하는 태도라고 느껴졌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변화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보여주는 조용한 변화였습니다.
3. 무언가를 바꾸려 하지 않아도 마음은 조금씩 가볍게 변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크게 행동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회사를 다니는 것도 그대로이고, 일상에서 스트레스도 여전히 생기고, 사람들과 갈등도 때때로 생깁니다.
하지만 그 상황을 바라보는 내 태도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문제가 생기면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감정은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을까”
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이 변화는 아주 사소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내 마음의 무게는 확실히 줄었습니다.
특히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말하는,
- “상대가 변하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어라”
이 문장은 오래 두고 볼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상황이나 사람을 바꾸려고 애쓰지만, 사실 그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내가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은 지금 바로 가능한 일입니다.
이 책은 현실을 크게 바꾸는 책이 아니라,
현실을 바라보는 마음을 조금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초역 부처의 말」은 화려한 문장이나 극적인 메시지가 있는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친 머리를 잠시 내려놓고 마음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무언가를 배웠다는 느낌보다,
그냥 마음이 조금 정리된 느낌이 남습니다.
요즘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가끔은 잠시 멈추고 마음을 씻어낼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조용히 한 장씩 넘겨보기에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