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글은 언제나 조용하지만 단단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려한 문장이나 어려운 개념을 사용하지 않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음에 오래 머뭅니다. 책 『법정 스님의 말과 글 삶을 채우는 시간, 지혜의 필사책』은 단순히 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직접 적어보며 스님의 말과 함께 내 마음을 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된 책입니다.
요즘처럼 너무 많은 정보가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 이 책은 속도를 잠시 늦추고 마음이 쉬어갈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스님의 글은 무언가를 더 가지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내려놓기를 권합니다.
하지만 그 내려놓음은 포기가 아니라, 나를 가볍게 만드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그 차이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책입니다.

비워내는 삶이 왜 필요한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채우는 것에 익숙합니다.
지식을 채우고, 경험을 채우고, 물건을 채우고, 사람을 채웁니다.
뭔가 부족하면 불안해지고, 더 가지면 안심이 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스님이 말하는 삶의 중심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에 있습니다.
책에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비어야 채울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이 처음엔 단순한 말처럼 보이지만, 곱씹을수록 깊은 의미가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마음이 고민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을 때는 아무리 좋은 생각, 좋은 말이 들어오려고 해도 머무르지 못합니다.
하지만 마음에서 필요 없는 욕심, 비교, 조급함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으면
그제서야 마음은 제자리에서 숨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책 속의 글은 지금 내 마음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쌓여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합니다. 조금 비워도 괜찮습니다.조급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조용히 살아도 괜찮습니다.
비움이 곧 멈춤은 아닙니다
스님은 ‘비우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무기력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져야 진짜로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상황입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마음이 복잡한 날에는 오히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반대로 마음을 정리하거나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면 해야 할 일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풀립니다.
책은 이런 마음의 작동 방식을 차분하게 보여줍니다.
억지로 애쓰는 삶이 아니라 내가 숨 쉴 수 있는 속도를 찾는 삶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필사, 생각을 멈추고 손을 움직이는 시간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필사책이라는 점입니다.
읽는 것을 넘어서, 직접 손으로 적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글을 베껴 쓴다는 느낌이 아니라, 글 한 줄 한 줄이 내 마음에 스며드는 시간이 됩니다.
손으로 글을 적는 동안에는 생각이 멈추고 불안도 잠시 멈추고 조급함도 잦아듭니다.
요즘은 머리는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데
마음은 따라가지 못해 지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필사는 그 두 속도를 다시 맞추는 시간이 됩니다.
특히 적으면서 가장 크게 와닿는 문장들이 있습니다.
-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것.”
- “내가 가진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합니다.”
- “조용히, 담담히, 나답게.”
이 문장들은 말로 들을 때보다 손으로 쓰며 천천히 눈으로 다시 보는 순간 더 깊이 들어옵니다.
필사는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연습입니다
글자를 따라 적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마음이 그 문장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내가 왜 이렇게 급했는지, 왜 지고 싶지 않았는지, 왜 혼자 힘들다는 생각을 했는지, 조금씩 정리가 됩니다.
필사는 단순한 글자 연습이 아니라 마음을 닦는 시간이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하루가 복잡하고 머리가 무거운 사람들에게
이 책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강렬하게 감정을 흔들지 않습니다.
대신 아주 조용하게 마음의 먼지를 털어냅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 요즘 뭔가 마음이 계속 바쁘다고 느끼는 사람
- 머리로는 괜찮다고 하는데 마음은 자꾸 무겁다고 느끼는 사람
- 내 감정을 말로 설명하기 어렵고 그냥 조용히 쉬고 싶은 사람
- 너무 노력하며 살다가 잠시 그 노력을 내려놓고 싶은 사람
이 책은 그런 마음을 이해해줍니다.
그리고 말합니다.조금 쉬어가도 괜찮습니다.원래 당신은 충분합니다.
책을 덮고 난 뒤에는 하루의 속도가 조금 느려지고 숨이 조금 더 깊어집니다.
그 변화가 작아 보일지 모르지만 삶을 지탱하는 힘은 바로 그 작은 순간들에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