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들어봤을 거예요. AI가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고, 시를 쓰기도 한다는 이야기. 처음엔 신기하다고만 느꼈던 이 기술이, 이젠 예술 시장 한복판에 들어와 진짜 작가와 경쟁하고 있다는 현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가 생기죠.
AI가 만든 작품도 예술일까? 아니면 그저 기술로 만든 결과물일까?
예술은 창작의 결과인가, 감정의 표현인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예술은 ‘표현’입니다. 누군가의 마음, 생각, 철학, 경험이 작품이라는 형태로 나왔을 때 그게 예술이죠. 피카소의 그림이 비정형이라도 위대하게 느껴지는 건, 그 안에 그의 생애, 고통, 철학이 녹아 있기 때문이에요. 반면, AI가 그린 그림은 그런 ‘삶의 흔적’이 담겨 있지 않죠.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AI가 만든 건 예술이 아니라 디자인이야. 감정이 없잖아.”
일리 있는 말이에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감동받는 건 꼭 작가의 의도를 다 알아서가 아니라, 작품을 보며 ‘내 감정이 움직였는가’가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AI 그림을 봤을 때 가슴이 찡하거나, 눈을 뗄 수 없었다면—그게 진짜 예술 아닌가요? 창작자의 의도만큼이나 관람자의 해석과 감정도 예술의 본질이 될 수 있다는 얘기죠.
인간 작가와 AI 작가, 그 차이는 어디서 드러날까?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서, 특정 스타일이나 패턴을 모방하는 데 굉장히 능숙합니다. 그래서 고흐처럼, 혹은 무슨 무슨 장르처럼 '비슷하게' 만들어낼 수는 있죠. 그런데 인간 작가와 AI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합니다.
어디서 차이가 날까요?
바로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방식'**에서 달라집니다.
AI는 기존의 데이터, 즉 과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창작해요. 이미 존재했던 스타일을 조합하거나 변형하는 게 기본 방식이죠. 반면 인간은 때로 완전히 낯설고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갈 줄 압니다. 기존에 없던 걸 상상하고, 아무도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할 수 있어요.
예술사에서 위대한 작가들은 늘 ‘파괴자’였습니다. 고전적인 기법을 버리고, 시대의 통념을 깨부수고, 때론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시도를 해왔죠.
이런 ‘의도적인 실험’과 ‘시대에 대한 반항’은 지금의 AI에게는 여전히 불가능한 부분입니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그럴듯한 정답’을 만들어내지만, 예술은 때론 정답이 없거나, 오히려 정답을 부정하면서 탄생하니까요.
우리는 왜 예술에 '사람'을 기대할까?
생각해보면, 예술은 단순한 산출물이 아니라 '누가 만들었는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도 해요. 같은 그림이라도 유명 화가의 작품이면 가격이 수억 원을 넘고, 무명 작가의 것이면 주목조차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잖아요.
이건 단순히 브랜드가 붙은 문제가 아니라, 작품 뒤에 있는 ‘사람의 서사’를 소비하는 문화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AI가 아무리 정교하게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고, 멋진 영화를 만들어도—우리는 그 작품을 향한 관심보다, ‘그걸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어 합니다.
“왜 이런 장면을 넣었을까?”
“이 음악을 만들던 시기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런 궁금증이 작품의 감상과 깊이까지 좌우하죠.
AI는 이런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저 수많은 결과물 중 하나를 뽑아낼 뿐, 그 결과물 뒤에 ‘삶’이나 ‘철학’은 없죠. 결국 우리는 기술이 만든 결과물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그 안에 담긴 인간적인 흔적을 찾고 싶어하는 존재입니다.
AI가 만든 작품은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때론 감탄이 나올 정도로 세련됐습니다. 하지만 그게 예술이냐고 묻는다면, 아직도 많은 사람은 고개를 갸웃합니다. 이유는 단순해요. 우리가 예술을 통해 기대하는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작품 그 자체보다도, 그걸 만든 사람의 의도, 감정, 이야기, 철학—이 모든 게 모여서 예술이 되는 거니까요.
앞으로 AI가 더 발전하면 어떻게 될까요? 예술의 정의는 아마 계속 흔들릴 거예요. 그리고 그 중심에서, 우리는 계속 물을 겁니다.
“예술이란 대체 뭐지?”
그 물음이 멈추지 않는 한, 예술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