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는 사이, AI는 왜 편향될까?
요즘엔 검색엔진부터 채용 시스템, 신용 평가, 심지어는 범죄 예측까지도 AI가 개입하는 세상이 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 AI가 항상 ‘공정한 판단’을 하는 건 아니라는 데 있다. 겉으로 보기엔 기계가 결정하는 것 같지만, 그 알고리즘을 훈련시킨 건 결국 인간이고, 그 데이터 역시 과거의 인간 사회에서 나온 것들이니까.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의 AI 채용 시스템이 여성 지원자를 무조건 탈락시키고 있다는 사례가 보도된 적이 있다. 알고리즘 자체는 ‘누가 더 좋은 인재인가’를 판단하려고 했겠지만,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가 과거의 채용 이력이라면 문제가 생긴다. 예전에는 여성이 덜 뽑혔던 기록이 그대로 반영돼버리면서, AI가 "여성은 떨어뜨리는 게 맞다"라고 학습해버린 것이다.
사실 이런 편향은 기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데이터를 제공한 사회와 환경, 그리고 그 데이터를 설계한 사람들의 시선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기계가 정답을 줄 거야’라는 생각은 이제 너무 순진한 말이 되어버렸다.
AI는 마치 거울처럼 사회의 불균형을 반영하기도 한다. 차별적 구조를 ‘학습’한 AI는 그 구조를 그대로 재현하면서도, 사람들 눈에는 더 그럴듯하게 보이니 문제는 더 커지는 셈이다.
공정한 AI, 그냥 두면 절대 안 되는 이유
AI가 오판을 하더라도, 단순한 기술적 실수라면 쉽게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편향된 판단은 사람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사소하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대출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은 사람이 단지 특정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점수를 낮게 받았다면? 그건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명백한 불공정이다.
더 무서운 건, 사람들이 AI의 판단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AI가 그렇게 말했잖아.”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게 정당화되는 순간, 편향된 알고리즘은 권력처럼 작동한다. 잘못된 판단도 ‘기계의 중립성’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되는 거다.
게다가 이런 알고리즘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강화되기도 한다. 잘못된 판단을 통해 다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또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면… 결국 한 번의 편향이 체계적으로 고착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그래서 AI 개발자들이나 기업은, ‘기술의 공정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신경 써야만 한다. 알고리즘이 결정하는 건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인생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편향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들
그렇다면 이런 편향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히 "AI는 편향돼 있어요"라고 말하는 데서 끝내선 안 된다. 실제로 실천 가능한 방법들이 존재하고, 이미 일부 기업이나 연구기관에선 실행 중이다.
- 다양한 데이터 수집
알고리즘이 편향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습 데이터가 특정 그룹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데이터 수집 단계부터 다양한 연령, 성별, 지역, 사회적 배경을 고려해서 설계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의 한 헬스케어 기업은, 의료 AI가 흑인 환자에게 제대로 된 진단을 하지 못한 문제를 겪고 난 뒤, 데이터셋 전반을 재구성했다. 그 결과, 정확도가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 AI 감사(AI Audit)
요즘 기업들은 AI 알고리즘에 대해 ‘감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기능적인 테스트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데이터에 기반해 작동하는지, 특정 그룹에 불이익을 주고 있진 않은지를 정기적으로 검토하는 방식이다. 마치 회계 감사를 하듯, 알고리즘도 ‘공정성 감사’가 필요한 시대다. - 설명 가능한 AI(XAI: Explainable AI)
왜 그런 판단이 나왔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만, 편향이 드러나고 수정도 가능하다. 그래서 최근엔 블랙박스처럼 작동하던 AI 대신, 판단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설명 가능한 AI’가 주목받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납득할 수 있어야 기술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 법적·윤리적 기준 마련
기술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순 없다. 사회적 규범과 법 제도 역시 함께 정비돼야 한다. 유럽연합(EU)에서는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위험 등급에 따라 사용을 제한하거나,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누구도 편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그런데 AI는 그 편향을 ‘대규모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기술이 앞서가는 만큼, 감시와 견제도 같이 따라붙어야 한다. 결국 사람을 위한 AI라면, 사람의 다양성을 정확히 반영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하지 않을까. 요즘 AI를 만드는 사람뿐 아니라, 사용하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