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점점 똑똑해지는 의료 AI, 어디까지 왔나
몇 년 전만 해도 의료 인공지능은 단순히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해주는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요. 폐암을 조기에 찾아내는 AI, 심장 박동의 미세한 이상을 감지하는 알고리즘, 피부 병변을 사진만으로 분석해 암 위험도를 알려주는 기술까지 등장했지요. 실제로 국내 대형 병원들에서도 영상의학과에 AI 판독기를 도입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의사 옆에서 진단 보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AI가 의료 현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진단 정확도는 높아졌고, 검사 시간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어요. 병원에서 하루 종일 기다려야 했던 검사 결과가 몇 분 만에 나오는 경우도 많아졌고요. 환자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확실히 편하고 효율적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이 AI가 의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료계 안팎에서 의견이 갈립니다. 아무리 정확도가 높다 하더라도, AI는 결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측’일 뿐입니다. 인간의 직감이나 복합적인 맥락을 고려한 판단까지는 아직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설명하는 통증의 뉘앙스나 말하지 않은 가족력 같은 정보는 숫자로 환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사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합니다.
2. AI가 오진했을 때, 누가 책임져야 할까?
사람이 진단을 잘못하면 '의료 과실'로 책임을 묻지만, AI가 틀린 판단을 내렸을 경우는 훨씬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 폐 CT 영상을 AI가 분석했는데 암을 놓쳤다고 할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요? 이 AI를 사용한 병원일까요, 아니면 이 기술을 만든 기업일까요? 혹은 AI 결과를 참고한 의사에게 책임이 있을까요?
실제로 해외에서는 의료 AI의 판단에 의존한 사례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법원은 “최종 판단은 의사가 내렸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적으로는 AI가 ‘도구’의 개념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지요. 의료기기처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도 사용자에게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물론 AI 개발 기업이 아무 책임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자율주행차 사고처럼, AI 판단의 잘못으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기술 공급자도 일정 부분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다만 현재 의료법이나 책임법 체계는 이런 상황을 충분히 커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예요. 의료계에서도 "AI를 쓰라고 권장하면서 사고가 나면 의사만 처벌받는 건 부당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AI 오진에 대한 법적 책임 분담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법 제도는 여전히 더딘 편입니다. AI는 이미 의료 현장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없는 셈이지요.
3. 의사는 사라질까, 더 중요해질까?
그렇다면, 정말 언젠가 의사가 사라지는 날이 올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AI가 의사를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오히려 AI의 발전으로 인해 ‘좋은 의사’의 기준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어요.
AI가 진단만 놓고 보면 인간보다 더 정확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를 마주하고 불안한 표정을 읽고, 환자의 말 뒤에 숨겨진 맥락을 이해하는 건 아직 AI가 넘볼 수 없는 영역입니다. 의료는 단순히 병을 고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돌보는 과정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AI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그 판단을 ‘왜 그렇게 나왔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AI는 대부분 블랙박스처럼 작동하기 때문에,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환자는 단순히 "AI가 그렇게 말했어요"라는 설명에는 만족하지 않아요. 결국 그 결과를 해석하고 설명해줄 사람은 여전히 의사입니다.
앞으로는 AI를 잘 활용하면서도, 환자와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의사가 더욱 신뢰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역량을 가진 의료진이 있는 병원일수록 AI 도입도 훨씬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겠지요.
의료 AI는 분명 의료 환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진단의 정확도는 높아지고, 병원 시스템도 훨씬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하지만 기술만으로 완전한 의료가 이뤄지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사람을 이해하고 돌보는 건 사람입니다. AI가 발전할수록 의사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는 점, 지금부터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