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보는 넘치는데, 머리는 더 복잡해진다
요즘엔 검색 한 번만 해도 수백 개의 정보가 쏟아진다. 뉴스, 유튜브 영상, 블로그 글, SNS 피드까지. 그런데 이 정보들 중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 또 뭐가 중요하고 뭐가 쓸모없는지 구분하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ChatGPT 같은 생성형 AI가 보급되면서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누구나 AI에 물어보고, 정리된 답변을 복사해 쓰고, 그걸 또 재가공해서 올린다. 이른바 ‘정보의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거다.
예전엔 ‘정보를 찾는 능력’이 중요했지만, 이젠 그걸 걸러내는 능력, 즉 판단력이 더 중요한 시대다. 아무리 똑똑한 AI가 정보를 정리해준다 해도, 그게 진짜 필요한 내용인지, 정확한 건지, 믿을 수 있는 출처인지 판단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걸 잘 못 한다는 데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지면, 뇌는 피로해지고 판단은 흐려진다. AI는 우리 대신 정리해주지만, 동시에 선택지도 너무 많이 만들어버린다. 마치 메뉴가 300개인 식당에 들어간 기분이랄까. 결국 아무 것도 못 고르고, 어설픈 선택을 하게 된다.
2. AI가 만들어낸 ‘그럴듯한 말’의 함정
AI가 주는 정보가 늘 정확하고 객관적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진 않다. 특히 생성형 AI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말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말이 그럴듯하니까, 내용이 맞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사실관계가 틀려도, 논리적으로 헛점이 있어도, 문장이 매끄러우면 대부분은 그냥 믿고 넘어간다.
예를 들어 “운동 전엔 반드시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는 문장을 AI가 멋지게 써주면, 그게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인지 아닌지 따져보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런 식의 정보가 인터넷에 계속 쌓이면서,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가 뒤섞여버린다.
더 무서운 건, AI가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편향된 정보를 줄 수도 있다는 거다. 학습된 데이터에 따라 특정 이념, 정치적 입장, 혹은 문화적 배경에 치우친 내용을 생성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가 보통 “AI가 똑똑하다”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AI가 가진 편향을 우리가 잘 모른 채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선 정보 자체보다는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가 훨씬 중요해진다. 요즘 교육에서 꼭 필요한 게 ‘미디어 리터러시’ 혹은 ‘AI 리터러시’라고 불리는 능력인 이유다.
3. 정보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
그렇다면 이 복잡한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까?
첫째,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는 습관이 정말 중요하다. 아무리 그럴듯한 문장이라도, 누가 쓴 건지, 어디서 나온 자료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쉽게 속을 수 있다. 요즘은 AI가 만든 허위 뉴스나 조작된 이미지, 심지어는 가짜 동영상(딥페이크)도 많기 때문에, 출처 확인은 더이상 선택이 아니다.
둘째, 다양한 시각을 일부러 찾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같은 주제에 대해 한 쪽만 보지 말고, 반대 입장이나 다른 문화권에서 쓴 자료도 같이 보면 편향된 판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알고리즘은 보통 우리가 좋아하는 것만 보여주기 때문에, 그걸 역행해서 더 넓게 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셋째, AI가 말한 내용을 검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ChatGPT가 알려준 건강 정보가 있으면, 실제로 의학 논문이나 신뢰할 수 있는 웹사이트에서 한 번 더 확인해보는 거다. 처음엔 귀찮을 수 있지만, 몇 번 하다 보면 이게 습관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정보를 덜 접하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요즘은 너무 많은 정보를 소비하느라 오히려 생각할 시간이 없다. 가끔은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책 한 권 천천히 읽거나, 산책하면서 머릿속을 비우는 시간도 꼭 필요하다. 판단력은 결국 생각의 여유에서 나온다.
이제는 AI가 정보를 만들어내는 시대다. 정보가 많아졌다고 해서 우리가 더 똑똑해진 건 아니다.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을지도 모른다. 결국 중요한 건,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판단력이 중요한 시대,
이제는 우리 스스로 그 능력을 길러야 할 때다.
AI가 정리해주는 세상 속에서도,
결국 ‘판단’은 사람의 몫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