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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종교: 인공지능이 영성에 미치는 영향

by 우주은하달 2025. 7. 23.

AI와 종교: 인공지능이 영성에 미치는 영향
AI와 종교: 인공지능이 영성에 미치는 영향

기술이 인간의 신앙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의료, 교육, 금융, 예술은 물론, 이제는 종교와 영성의 영역까지 손을 뻗고 있다. 한때는 신비롭고 인간 내면 깊숙한 부분에 속한다고 여겨졌던 종교적 체험과 신앙 생활조차도, AI의 해석과 참여가 가능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기도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있다. 독일의 한 개신교 교회에서는 실제로 로봇이 기도를 읊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고, 일본에서는 불교 승려 로봇이 법문을 읽으며 장례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 큰 관심을 끌었다. 이런 장면은 처음엔 낯설고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술이 종교적인 틀에 들어와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다.

사람들은 과연 AI의 종교적 역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단순히 보조 도구로 여기는 것일까, 아니면 진짜로 신과 연결된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는 걸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앞으로 기술과 인간의 신앙이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포인트다.

인간의 영성은 흉내낼 수 있는가?

종교는 단지 경전이나 의식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공동체, 감정, 상징, 해석, 믿음 같은 복합적인 감성적 요소가 얽혀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이러한 복잡한 감정의 층위를 정말 이해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을까?

최근 몇몇 심리상담 챗봇이나 AI 상담사가 실제로 정신적 위안이나 종교적 상담에 쓰이고 있다. 특히 외로움을 느끼는 노인층이나, 종교 지도자와의 접촉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들에게는 실제로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한계가 있다. 인간이 느끼는 진정성,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는 듯한 통찰, 그리고 신과 연결된 듯한 느낌은 데이터로는 완전히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기도 중 갑작스레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종교 의식을 통해 마음속 깊은 죄책감을 씻었다고 말한다. 이런 체험은 인공지능이 설계한 알고리즘이나 예측 모델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다. AI가 종교적 언어를 모방하거나, 기도문을 자동으로 만들어낸다 해도, 진짜 ‘영성’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앞으로의 종교는 AI와 어떻게 공존하게 될까?

AI가 종교를 대체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보조하는 형태로는 앞으로 점점 더 많이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종교 교육에서 AI가 경전을 쉽게 풀이해주거나, 다양한 종파의 사상 차이를 정리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AI가 설교문 초안을 작성하고, 종교 행사 일정을 자동으로 기획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례가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흐름은 ‘디지털 신앙’이다. MZ세대는 기존의 전통 종교보다, 자신만의 가치와 철학을 찾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AI가 자신만의 ‘맞춤형 영성’을 제공하는 형태로도 진화할 수 있다. 하루의 피로를 덜어주는 명상 도우미, 나의 상태를 체크해주는 마음 챗봇, 나에게 필요한 구절을 뽑아주는 AI 경전 서비스 등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종교계가 이런 흐름을 긍정적으로만 보는 건 아니다. 많은 종교 지도자들은 ‘신성과 기계의 영역은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가톨릭, 이슬람 등 일부 전통적 종교권에서는 AI의 종교적 개입에 대해 강한 윤리적 경계를 설정하고 있다. 영성과 신성은 인간의 존재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기술로 대체될 수 없다는 시각이다.

결국 핵심은 ‘AI가 얼마나 사람들의 신앙을 돕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무조건적인 도입보다는, 인간의 내면적 체험을 보완하거나, 접근성을 높이는 수준에서의 활용이 가장 현실적인 방향일 것이다.


요즘은 신앙도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시대다. 꼭 전통적인 종교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내면의 평화를 얻고 싶어 하고, 그 과정에서 기술이 작은 도우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중요한 건 AI가 중심이 되는 게 아니라, 그 모든 기술의 중심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AI도 인간의 신앙을 돕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며, 영성은 여전히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