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인 돌봄의 위기, 인간만으론 한계다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 사회 문턱에 들어섰고, 앞으로 이 속도는 더 가팔라질 거다.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기준 19%를 넘었고, 2030년에는 25%를 넘길 거라는 예측도 있다. 문제는 노인이 늘어나도 그들을 돌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요양병원 간호 인력도, 재가 요양 서비스 제공자도 모두 부족하다. 현재도 시설당 인력 충원율은 60~7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해법이 바로 로봇이다. 일본, 핀란드, 독일 등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로봇을 노인 돌봄에 적극 투입하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의 한 요양원에서는 '파로'라는 물개 모양 로봇이 노인 환자와 교감하며 정서적 안정을 돕고 있고, 독일 바이에른 지역에서는 물리치료를 보조하는 로봇이 실전 투입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서울시가 치매 예방용 인공지능 로봇 '실벗'을 시범 운영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귀여운 로봇이 노인을 위로해주는 정도"를 넘어서야 진짜 돌봄 기능이 가능해진다. 요양시설에서 체력 회복 운동을 도와주거나, 약 복용 알람을 주고, 낙상 사고 시 자동으로 신고하는 등의 기능까지 수행하려면 꽤나 정밀하고 신뢰성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2. 돌봄 로봇, 어디까지 가능해졌나?
현재 기술 수준은 단순 보조 역할을 넘어서 부분적 자율 돌봄까지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 도요타에서 개발한 로봇은 어르신의 식사 보조와 세면, 의자 이동 등을 돕는다. 또한 최근에는 이동식 인공지능 로봇이 집 안을 순회하며 노인의 걸음걸이나 움직임을 분석해 건강 상태를 추적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해 보호자에게 알리는 시스템도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LG전자가 ‘클로이 케어봇’을 내놓았고, 이 로봇은 말벗 기능은 물론, 약 복용 시간 알림, 영상 통화, 날씨 정보 제공 등 여러 기능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서울 강서구, 성동구 일부 지역에서는 실버 세대와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고독사 예방, 우울감 완화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는 피드백도 나오고 있다.
이제는 '돌봄 로봇은 미래형 기술'이라는 인식보다, '실제 요양 환경에서 보조 인력으로 기능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감정 교류가 가능한 AI 기반 로봇들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기술에 대한 거부감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물론 여전히 ‘로봇이 인간의 정서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시선도 있지만, 최소한 현장의 과부하를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치는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3. 기술보다 중요한 건 윤리와 제도
로봇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결국 그 기술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작동하려면 제도와 윤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예를 들어, 돌봄 로봇이 어르신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거나 건강 데이터를 처리하게 될 경우, 그 정보의 보호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문제다. 실시간 모니터링 기능이 있는 로봇이 감시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고, 가족들이 로봇에만 의존해 돌봄 책임을 등한시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또한 비용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로봇 한 대의 가격은 수백만 원을 넘는다. 정부나 지자체가 이를 대량으로 보급하기엔 아직은 무리가 있고, 민간 요양 시설 입장에서는 투자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로봇 돌봄 서비스에 대한 기준 마련과 보조금 제도가 병행돼야 현실적으로 도입이 가능하다.
한편, 윤리적인 논의도 중요하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보조’하는 도구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정서적 상호작용을 필요로 하는 노인의 경우, 로봇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오히려 고립감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인간과 로봇이 균형 있게 배치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제 돌봄 로봇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사람 손이 닿지 못하는 곳에 로봇이 들어가고 있다. 고령화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기술이 그 빈틈을 메워주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밖에 없다. 다만 기술의 진보가 모든 문제의 해답이 될 순 없다. 결국 이 로봇이 사회적 합의와 제도 속에서 제대로 자리 잡느냐가 더 중요하다. 늙어가는 사회 속에서 인간과 로봇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