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는 한계가 있다”는 NASA의 실험실 메시지
우리가 지금까지 익숙하게 봐왔던 화성 탐사 로봇들, 대부분은 바퀴를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예컨대 미국의 ‘큐리오시티’, ‘퍼서비어런스’ 같은 탐사 로버들은 튼튼한 바퀴로 화성 표면을 굴러다니며 과학적 데이터를 수집해왔죠. 하지만 화성의 지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뾰족한 바위, 모래언덕, 가파른 경사와 같은 장애물들은 바퀴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 미국과 유럽 우주기구에서는 바퀴 대신 ‘다리’로 움직이는 화성 탐사용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실제 실험실에서 작동 중인 다족 보행 로봇이 존재하고, 몇몇은 야외 실험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목적은 단 하나, 바퀴가 가기 힘든 지형까지 탐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특히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는 ‘레고 고르미’라는 이름의 4족 보행 로봇을 선보였습니다. 이 로봇은 화성의 울퉁불퉁한 표면, 바위투성이 지역, 심지어 협곡 내부까지도 걷거나 기어가듯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다리로 걷기 때문에 경사진 바닥이나 모래 위에서도 쉽게 빠지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또한 독일 DLR(항공우주센터)에서도 ‘로버스카우트(Roverscout)’라는 다족 보행 로봇을 개발 중인데요. 이 로봇은 6개의 다리를 이용해 크롤링하듯 이동하며, 바퀴보다 훨씬 정밀한 움직임이 가능합니다. 이런 기술이 실제 화성에 투입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 탐사의 개념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네 발로 걷는 로봇, 우주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지만 다리 달린 로봇이 무조건 바퀴보다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주 환경은 생각보다 훨씬 가혹하기 때문이죠. 극한의 추위, 미세먼지, 중력 차이 등으로 인해 기존 지구형 로봇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많습니다. 게다가 다족 로봇은 구조적으로 복잡하고, 유지보수나 제어도 어렵습니다. 작은 부품 하나가 고장 나면 전체 다리 움직임이 멈출 수도 있죠.
이런 이유로 다리 달린 로봇은 주로 보조 탐사용 또는 정찰용으로 실험되고 있습니다. 바퀴로 먼저 접근한 로봇이 탐사 범위가 한계에 다다랐을 때, 더 정밀한 지형 진입을 위해 다리 달린 로봇이 투입되는 식이죠. 예를 들어, 화성의 지하 동굴 탐사나, 화산지대, 또는 바퀴가 진입 불가능한 협곡 지역 등에서는 다족 보행 로봇이 훨씬 유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부 실험은 지구 내 극한 환경을 모사한 환경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아이슬란드의 화산지형, 남극의 얼음지대, 또는 사막지형의 험난한 바위 언덕에서 로봇을 걷게 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실전 투입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력의 자랑"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에 로봇이 먼저 가야만 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필수 단계입니다.
현재 실험 중인 로봇들은 대부분 4족이나 6족 구조이며, 카메라와 센서를 탑재해 주변 지형을 분석하거나, 암석을 채취하는 기능도 함께 실험 중입니다. AI보다는 로봇공학과 제어기술 중심의 연구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공지능 로봇’과는 조금 다른 영역이라고 볼 수 있죠. 오히려 전통적인 기계공학과 센서 기술의 정수가 응축된 분야에 가깝습니다.
탐사 로봇의 진화는 결국 인간의 생존 전략
결국 이런 연구는 단순히 기술력 과시나 흥미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이 우주로 나아가고, 언젠가 화성에 기지를 세우는 일이 현실이 되려면, 그 기반은 로봇이 먼저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화성에 발을 들이기 전, 로봇이 먼저 도착해 지형을 파악하고, 거주 가능한 지역을 찾아내고, 위험 요소를 미리 제거해야만 합니다.
바퀴가 다 하지 못하는 일, 그러니까 로봇의 다리가 대신할 수 있는 역할이 점점 더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최근엔 우주 미션의 비용 효율성과 안전성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인간 탐사 전에 로봇 정찰대를 여러 대 보내는 방식이 기본 전략처럼 되고 있습니다. 다리로 걷는 로봇이 이 전략의 핵심 장비로 꼽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런 로봇들이 전쟁이나 상업용 목적이 아닌, 순수 탐사와 생존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겁니다. 산업 로봇이나 군사용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거나 윤리적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것과 달리, 우주 탐사용 로봇은 인류 전체의 도전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가장 순수한 로봇 기술’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미 다리 달린 로봇의 진입은 시작됐고, 향후 10년 내에 우리가 TV 뉴스나 다큐멘터리에서 실제 화성 땅을 걷는 로봇의 모습을 보게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지금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바퀴 없는 우주 로봇이 ‘표준’이 되는 날도 멀지 않았다는 뜻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