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I 예술의 탄생: 그림도, 음악도 컴퓨터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림은 화가가, 음악은 뮤지션이 만든다”라는 생각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사용자가 키워드 몇 개만 입력하면 멋진 그림을 그려주는 이미지 생성 AI, 특정 분위기를 요청하면 즉석에서 음악을 작곡하는 AI까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를 사람들은 ‘AI 예술(AI Art)’이라고 부릅니다. 단순한 기술 장난이 아니라, 실제로 상을 받고 전시회에 걸리며, 온라인에서 거래까지 이뤄지고 있죠. 예를 들어, 2022년 미국 콜로라도주 미술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AI로 만든 그림을 출품해 1등을 차지했습니다. 심사위원조차 AI 작품인 줄 몰랐고, 이후 큰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여기서 핵심 질문이 생깁니다. “그럼 이 작품의 저작권자는 누구인가?”
작품을 만든 건 분명 AI인데, AI는 법적으로 ‘사람’이 아니니 권리를 가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입력한 사용자가 저작권자일까요? 아니면 그 AI 프로그램을 만든 개발사일까요? 아니면 아예 저작권이 없는 걸까요?
2. 저작권자는 누구일까: 사용자 vs 개발사 vs 무주공산
현재 각국은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아직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없는 만큼 혼란이 큰 상황입니다.
1) 사용자에게 권리 부여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AI를 사용해 결과물을 만들어낸 사람에게 저작권을 주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키워드를 고민하고, 여러 번 시도해 원하는 결과물을 얻었다면 ‘창작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는 논리죠. 실제로 영국에서는 이런 관점이 부분적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론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고양이”라고 입력만 했는데 멋진 일러스트가 나온다면, 과연 그것을 창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단순히 버튼을 눌렀다고 창작자 대우를 받는다면, 기존 예술가들이 큰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2) 개발사에게 권리 부여
AI를 만든 회사나 연구자가 저작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결국 AI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방대한 데이터와 복잡한 알고리즘을 만든 개발자의 노력 덕분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주장도 어렵습니다. 개발사는 작품을 직접 만든 게 아니라, 도구를 제공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포토샵을 만든 회사가 사용자가 만든 모든 디자인의 저작권을 가져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죠.
3) 저작권 없음: 모두가 자유롭게 사용
가장 강력한 흐름은 “AI가 만든 창작물은 저작권을 가질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미국 저작권청은 명확히 “인간이 개입하지 않은 AI 작품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경우 AI로 만든 그림이나 음악은 퍼블릭 도메인, 즉 누구나 자유롭게 복사·활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이 방식은 자유로운 창작을 장려하지만, 동시에 문제도 낳습니다. 기업이 AI로 만든 디자인을 사용해 큰 수익을 올려도, 누군가 저작권료를 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또 AI가 기존 예술가들의 작품을 학습한 뒤 그 스타일을 흉내 낸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원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방법이 없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3. 앞으로의 방향: 새로운 제도의 필요성
AI 예술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디자인, 영화, 광고, 게임 등 수많은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고,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작권 문제를 무조건 ‘없다’ 혹은 ‘있다’로만 나눌 수는 없습니다. 보다 섬세하고 현실적인 제도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변화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부분적 저작권 인정
사용자가 충분히 창의적인 개입을 했다면 저작권을 인정하고, 단순 입력에 그쳤다면 보호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수십 번의 시도 끝에 원하는 결과물을 얻고, 후처리 작업까지 했다면 창작자로 인정하는 식입니다.
새로운 권리 제도 신설
저작권 대신, AI 창작물에 특화된 새로운 권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일종의 ‘사용권’ 개념으로, 일정 기간 동안만 독점적으로 쓸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데이터 원작자 보호 강화
AI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기존 예술가들의 작품이 활용되는 만큼, 이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앞으로는 데이터 저작권, 학습 사용료 같은 제도가 함께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AI는 도구이자 동료입니다. 사람이 연필을 쥐고 그림을 그리듯, AI를 통해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열린 것이죠. 중요한 것은 기존 예술가의 권리를 지키면서도, AI가 제공하는 창작 기회를 제한하지 않는 균형입니다.
앞으로 법과 제도가 어떻게 발전할지에 따라, AI 예술은 단순한 논란의 대상이 될 수도, 새로운 창작의 황금기를 열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건, 이제 예술의 정의와 저작권의 기준을 다시 써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