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드론이 일상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법적 문제도 함께 생기고 있습니다. 특히 배달 로봇이 보도 위를 다니거나 드론이 도심 상공을 오가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또,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보험 제도는 충분할까요?
1. 도심 속 로봇과 드론, 이제는 ‘일상’이 된 기술
몇 년 전만 해도 드론은 취미용으로 사진을 찍는 용도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농약 살포, 택배 배송, 시설 점검, 심지어 재난 구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배달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일부 도심에서는 로봇이 음식이나 물건을 건물 앞까지 배달해주는 풍경이 낯설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기계들이 ‘도로’나 ‘공공장소’에서 활동하면서 발생하는 사고 책임입니다. 드론이 비행 중 추락해 차량을 파손하거나, 로봇이 보행자와 충돌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법상 드론은 항공기 취급을 받기 때문에 「항공안전법」의 적용을 받고, 로봇은 「지능형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의 범주 안에서 관리됩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드론이 배송 중 추락했다면 그 원인이 조종자의 실수인지, 제조사의 결함인지, 아니면 소프트웨어 오류 때문인지 따져야 합니다. 배달 로봇이 인도를 주행하다 사람을 다치게 했을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로봇 운영 업체의 과실인지, 관리 부족인지, 기술적 문제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2.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법적으로 로봇이나 드론이 ‘독립적인 행위 주체’로 인정받지는 못합니다. 즉, 로봇 스스로가 법적 책임을 질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책임은 사람 또는 기업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운영자 책임입니다. 드론을 조종하거나 로봇을 관리하는 주체가 사고를 일으켰다면, 그 사람 또는 운영 기업이 1차적인 책임을 집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드론이 자동 비행 모드에서 소프트웨어 오류로 추락했다면, 운영자가 아니라 제조사나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책임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운영자가 안전 점검을 소홀히 했거나 비행 금지구역을 침범한 경우라면 그 과실이 더 큽니다.
배달 로봇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로봇이 주행 중 보행자와 부딪혀 다치게 했다면, 로봇의 제어 시스템 오류라면 제조사, 주행 경로 설정 문제라면 운영사, 관리 부주의라면 배달 플랫폼의 책임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사고의 성격에 따라 민사 책임과 형사 책임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민사적 책임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입니다.
- 형사적 책임은 과실치상 등으로 처벌을 받는 경우입니다.
예컨대 드론이 추락해 사람이 다쳤다면,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배상해야 하고, 동시에 조종자가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3. 보험제도와 향후 제도 개선 방향
이런 위험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로봇과 드론 관련 보험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드론의 경우 「드론 보험」이라는 별도 상품이 존재하며, 이는 비행 중 추락, 화재, 제3자 재산 피해, 인명 피해 등을 보상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드론 비행 허가를 받기 위해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하기도 합니다.
배달 로봇 역시 비슷한 움직임이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로봇 전용 책임보험에 가입해, 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보행자 충돌이나 재산 피해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법적으로 ‘로봇 보험’이 의무화된 것은 아닙니다.
현행 법 제도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로봇과 드론이 AI 기반으로 점점 자율성을 갖게 되면, 기존의 단순한 ‘기계 고장’ 책임 구조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특히 자율비행 드론이나 스스로 경로를 계산하는 로봇의 경우, 사람의 개입 없이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책임을 묻는 기준이 애매해집니다.
앞으로는 **‘AI 자율행위 책임 법제’**가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적 결함, 데이터 오류, 알고리즘의 판단 실수 등 기존 법이 고려하지 않았던 영역을 다뤄야 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보험사도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를 반영한 상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예컨대, “자율주행 로봇 종합 배상보험”이나 “AI 드론 시스템 오류 책임보험” 같은 형태가 그것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사고 데이터의 공개와 투명성입니다. 현재 로봇이나 드론 관련 사고가 발생해도 구체적인 사례가 잘 공유되지 않아, 제도 개선에 참고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공개해야 안전 기준도 현실적으로 세워질 수 있습니다.
로봇과 드론은 이제 산업의 일부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법과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누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일입니다.
앞으로 드론과 로봇이 더 넓은 영역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적 안전성만이 아니라 법적·보험적 안전망도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기술이 사람들에게 신뢰받으며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